[열린 광장] 우크라이나 난민의 비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한 달째를 맞이하면서 전쟁의 참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 온가족이 피란에 나선 우크라이나 난민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70년 전 6.25 때 공산주의 침략자를 피해 남으로 피란을 떠난 사람들이 바로 난민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리비우에서 취재 중인 비영리언론 ‘페닌슐라360’의 마누엘 오티즈 기자는 최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의 현실을 알렸다. 그는 “그동안 안전지대로 알려졌던 폴란드 국경지대 루츠크와 루마니아 국경지대 이바노 지역에도 공격이 있었다”며 “난민들은 공습 경보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의 통행이 금지돼 난민들이 국경을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차를 타는 것이다. 난민들이 혹한의 날씨에도 기차를 타기 위해 수십 시간씩 긴 줄을 늘어서고 있다. 일부 난민들은 주요 도로가 파괴되어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려고 30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난민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 노인들이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오랜 시간을 걸어 국경 지대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도 군대의 검문을 받느라 또 기다려야 한다. 비영리단체 ‘난민정책연구소’의 나탈리아 바눌리스쿠-보그단 부소장은 대다수 난민들이 여성과 어린이인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현재 18~60세 남성 성인의 탈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우크라이나 군에 지원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외국 국적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이민기구(IOM)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에는 47만여명의 외국 국적자가 있으며 이중에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7만6000여명의 유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바눌리스쿠-보그단 부소장은 “우크라이나 내에 외국 국적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2017년부터 유럽연합(EU) 비자 소지자에게 90일 무비자를 허용했기 때문”이라며 “국경을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어린이, 집시들도 고립된 상태”라고 말했다. EU의회는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3년간의 임시 체류신분을 허용하고, EU 안에서 노동, 주거, 의료혜택 등을 허용했다. 비영리단체 ‘루터 이민과 난민 서비스’의 키시 오바라 비그나라자 CEO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미국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관련 예산 1억700만 달러를 책정했고, 의회는 130억 달러 예산을 배정했지만 이중 절반 정도만이 난민 구호에 책정됐다. 한인사회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미 전국의 한인사회에서 난민을 향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7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에 나서야 할 때다. 이종원 / 변호사열린 광장 우크라이나 난민 우크라이나 난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우크라이나 침략